접골원통신

2016년에 만난 친구, 녹색연합

접골 2023. 9. 9. 22:33

봄부터 녹색연합에 파견을 나갔어요. 이곳에서는 케이블카, 평창동계올림픽, 노후원전, 4대강 등 국가를 상대로 한 여러 소송, 캠페인, 저지 활동에 많은 분들이 매달려 계신데요. 저는 여러 현안 중에서도 로드킬 대책을 조금씩 궁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운전자 개인에게 전달하는 로드킬 예방 방침은 운행 중 길을 잘 살피고 제한 속도대로 가기, 핸들을 갑자기 꺾지 않기 등 개인의 윤리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강해 별다른 대안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유도펜스나 생태통로의 설치도 상당히 미비하고요. 국토 대비 도로면적이 포화 상태인 한국의 실정을 고려하면 길에 대한 생각, 도로 자체, 무지막지한 건설 사업에 대한 고찰이 먼저 필요하고 이 지점을 넘어야 동물과 인간이 서로 존립하는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부분적 해결도 시급하지만 결국 애도와 사과가 없는 사회 흐름의 궁극적인 원인을 꾸준히 조명해야겠죠. 

 

개인적으로 영화, 소설 등에 활용되는 로드킬 사례를 수집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창작물에 있어 주로 도입부에 나오는 로드킬은 앞으로의 파국에 대한 복선, 인물 간의 긴장과 균열의 도구,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라 다행이었다는 식의 가벼운 에피소드, 주제를 변주한 객관적 상관물 등으로 등장하는데, 흔히 쓰는 이 방식에 대한 비판과 고민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작품에서도 동물의 비극(영상물에 등장하는 실제 동물, 여기 거의 필연적으로 따르는 동물학대 문제는 따로 더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이 종내는 인간의 비극으로 확장되기에(많은 경우 이런 메시지를 드러내죠) 예시들을 수집해 이 순환관계와 연결고리를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올해와 인사하려면 여러 번의 심호흡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쑥대밭 속에서 만난 녹색연합, 페미니스트 모임 페미실린.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면(쉬워질 리가) 조금 숨을 돌렸다가 또 만나요. 

얼마 전 로드킬 제로 스토리펀딩, 리워드 제작물을 포장했는데요.
요사이 물품이 속속 잘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리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ps. 작고 작은 장례식을 치루기까지 혼자 앉았던 책상, 같이 앉았던 테이블 그리고 길에서의 사진 몇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