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술차트

픽션 아닌 픽션

접골 2023. 9. 7. 20:17

워킹 맘마미아 전시에서 참여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워킹맘 지구대.
연수실에서 식은 피자를 씹으며 1박 2일간 야무진 기획을 마쳤는데!
여성가족부에서 전시 타이틀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전지, 창파, 어린이, 실장님과 나눴던 그 새털같은 시간들은 안녕.
허탈 끝, 고민 시작 모드로 문래동에 다시 모여 새로운 안을
좀 급히 만들었다. 그때의 서식 중 내가 맡은 소장 예시문 3부.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들은 입구와 통로 쪽에
서류들을 비치하고 골판지로 동사무서 대기자들을 만들고
먹물로 구청 화분의 난을 치고 나무간지작렬의 팻말도 붙였다.
8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에 사용된 무대미술 같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주민과 관람객이 친숙하게 다가와 가슴 속 억울하고 갑갑한 기운을 뿜었으면.



                         고소장

 

1. 고소인

 

오환란 (55세/영등포)

 

2. 피고소인

 

동막골 감자탕 정사장

 

3. 고소내용

 

저는 35세부터 작금까지 식당일을 해오던 중 교통사고를 입어 3주간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식당에서 2년여간을 12시간씩 일했습니다.

휴일은 꼬박꼬박 쓰지 못하고 나오랄 때 앵간하면은 나갔습니다.

그런데 일터에서 사고소식을 듣고는 괜찮냐는 말도 없이 이제 나오지 말랍니다.

돈이 중하다고는 해도 사람간의 정이 이런 순 없다고 느끼는 바입니다.

몸이 바스라질 것 같을 때에도 이 악물고 나갔는데 이리 내칠 수는 없음니다.

 

이에 억울하여 고소장을 제출하오니 지구대의 규정에 따라 처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0.    .    .    고소인 (인)

 

                               워킹맘 지구대 귀하

                    

 

1. 고소인

 

심분희 (51세/상도동)

 

2. 피고소인

 

K대 패륜아

 

3. 고소내용

 

지난주 본인은 학내 청소를 하다가 자식뻘 학생으로부터 심한 욕설과 괄시를 받았습니다.

대걸레털의 물기를 밟아 미끄러질 뻔했다고 제게 그렇게 욕을 합디다. 어이가 없어

망연자실하고 말았지만 그날 이후로 계속해서 심장이 뛰고 이명이 들려 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이에 억울하여 고소장을 제출하오니 지구대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0.   .   .   고소인 (인)

 

                            워킹맘 지구대 귀하

 

1. 고소인

 

지명선 (53세/왕십리)

 

2. 피고소인

 

친아들

 

3. 고소내용

 

매달 말일이 되면 엄마는 어딘가로 콱 숨고만 싶다.

너희 아빠는 오지랖을 펼치면서 빚질 일만 만들어내고

아파트 월세, 카드값, 전기세, 물세, 아빠 차 유지비,

대출금, 이자, 관리비 등등 등골이 빠질 것 같다.

 

너는 이 와중에 무슨 미대를 간다고 허냐.

대학 한 번 나왔으면 되었지.

사람은 배움을 나눠야지 끝간 데 없이

어떻게 네 욕심만 채우냐.

 

집 사정 뻔하고 내 월급 안 변하고

엄마가 땅 파서 돈 만드는 것도 아니고.

니가 맡긴 것도 아닌데. 돈 오백이 무신

개 이름도 아닌데......

 

다 자란 네가 다시 등록금에 학비에 용돈까지 대라고 하면은

엄마는 정말 이런 착취를 견딜 수가 없다.

 

엄마는 기계가 아니다.

엄마도 사람이다.

 

이에 억울하여 고소장을 제출하오니 지구대의 규정에 따라 처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2010.   .   .   고소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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