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에 조촐히 작은 개인전을 열었어요. 지나는 길 창문이라 24시간 볼 수 있습니다.
적적한 밤 편의점에 튀김우동 사러 가는 기분으로 들러봐요. 이불속에 제가 있으니 혼자가 아닐 거예요.
정차식의 노래를 들으며 걸어와도 좋아요.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나온 후 몸을 반대로 틀어야 해요. 아래 약도 붙일게요.
일곱 번째 방
박접골/ Bonesetter Park/ 朴接骨/ 설치와 회화
2011_0917▶2011_1007
통의동보안여관 창문전시(Window Gallery)
돋보기, 알약, 동전에 아크릴채색
1. 나는 내가 지구 우에 살며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지구가 질풍신뢰의 속력으로 광대무변의 공간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참 허망하였다. 나는 이렇게 부즈런한 지구 우에서 현기증도 날 것 같고 해서 한시바삐 나려 버리고 싶었다._(이상의 「날개」中)
모조지에 아크릴채색, 미디엄_29.3 × 20.6cm
![](https://blog.kakaocdn.net/dn/paanR/btstlNS6zKf/ER66rEicAzFeNly9kLRaT0/img.jpg)
캔버스에 아크릴채색, 미디엄_22 × 16cm
2. 날개의 '나'는 33번지 18 가구 일곱 번째 방, 칸막이로 나뉜 좁은 방에서 연심의 벌이로 살아갑니다. 방 안의 나는 맛없는 밥을 씹고 추워하고 쓸쓸해할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대단히 많은 생각을 합니다. 수많은 나 자신을 수없이 관찰하는 셈인데 그것은 고립된 방에서 무척 활발하게 이루어집니다. 나는 27세의 남아로서 그곳에서 인간흉내를 내보지만 그것은 스산하고 궁핍한 유희와 다름없습니다. 회피와 작란을 곱씹으며 신산스러운 방에서 떨고 생각하고 연구할 뿐입니다. 일시적인 삶, 생활이 될 수 없는 생활, 온도가 없는 환멸에 나는 참으로 집중합니다. 집이 없는 투숙객은 모두 자신의 내부만을 여행하기 마련이지요. 나의 장기는 드러나지 않는 궁리와 사유를 세균처럼 증식시키는 것입니다. 방은 나의 마른 육신과 더욱 마른 정신으로 채워집니다. 실패의 방에서 나는 차차 죽어가는 벌레로 변모합니다. 나는 부풀어있는 동시에 납작합니다. 나는 어지러운 명료성입니다. 나는 이기와 허무입니다. 나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며 이런 인과와 서사를 덮기 위해 교묘한 어휘를 변주하여 사용합니다. 그러나 내가 세상과 맺은, 일면 매끄러워 보이는 관계는 실제로는 서늘하지 않고 되려 뜨겁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비극이 됩니다. 나는 이 누추한 사실을 방 앞에 서 있는 당신에게 조용히 고백해보고 싶었습니다.
3. 이상이 통의동 보안여관에 머물렀다면. 막다른 골목에서 질주하던 아해가 그였다면. 뼈대가 드러난 옛 숙박업소에서 저는 자꾸 이상과 이상의 문장 생각을 했습니다. 보안여관의 강렬한 공간성은 이곳에 머물던 투숙객 가운데서도, 특히 글을 쓰던 사람의 심경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듯했습니다. 작고 낮은 방에 담겨 있었을 불안과 위안과 긴장은 작가들 자아와 활자의 양수가 되었을 것입니다. 일곱 번째 방에는 변태를 거치지 못한, 날 수 없는 벌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그 형상은 소설 날개의 주인공이 지닌 기묘한 자의식에 가깝습니다.
<통의동보안여관>은 1930년대 서정주, 김동리, 오장환, 김달진 등의 시인들이 머물면서 『시인부락』이라는 문학동인지를 만든 곳입니다. 2004년까지 실제 숙박업소로써의 여관으로 기능을 하다, 현재 그 역사적 정체성과 시대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문화예술 숙박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 복합공간으로 그 맥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통의동보안여관>의 건물전면에 위치한 ‘창문전시(Window Gallery)’는 2011년 한 해 동안 ‘재생’과 ‘보안여관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연속적인 전시가 진행됩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주)메타로그 아트서비스 주최, 기획 / 통의동 보안여관
서울 종로구 통의동 2-1번지 Tel. +82.2.720.8409
http://www.neolook.net/
http://cafe.naver.com/boaninn/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