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골원일지

저녁이 없는 삶

접골 2023. 9. 10. 00:16

0. 회의 중에 누군가의 전화벨이 울렸다. 소리가 컸고 잠잠해질 기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입을 다물고 하던 얘기를 억지로 이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 소리가
신경 쓰여 도무지 안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누구지. 참 무안하겠다. 근데 왜 안 받지.
... 참나. 왜 아직도 받질 않지. 도대체 뭐지. 뭐긴 뭐야. 오늘 내 알람 소리-_-

눈도 못 뜬 상태에서 급히 알람을 지우며 혼자 멋쩍었다. 요새 계속 이런 식으로 깬다.

재정상태가 급격히 열악해져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저녁의 생선요릿집에서.
비 오는 날에는 왜 창의적이지 못하게 다들 얼큰한 국물만을 떠올리는 것일까.
이번 태풍에도 사람들은 비바람을 무릅쓰고 자리에 가득가득.

1. 곧 마쳐야 하는 이번 만화의 한 꼭지. 그림보다 글자 붙이는 게 훨씬 오래 걸렸다. 50페이지 만들면서 올여름이 다 갔다.
폭염 속에서 종이를 공들여 오리고 있는 내 모습은 꼭 미국의 지능범 같았다. 수술용 장갑 꼈으면 신고 들어올 뻔.
처음으로 칸만화에 도전하는데 칸이 있어도 느슨한 이 느낌적인 느낌은 뭘까. 늘어놓고 다시 손을 봐야만 하겠다.
전시 두 번 마치고 이상하게 일이 뚝 끊겨버렸는데 이제는 이번 만화를 기점으로 세상과 더욱 멀어지는 기분.
엄마... 덥고 외로워.........

 

2. 내 미래라는데 별다른 부연 없이도 왜 참 와닿지.
그래도 마음이 좋은 건 앞뒤로 친구들이 있어서.
그늘진 곳을 사선으로 걸어도 괜찮아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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