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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볼로냐

책 출품과 별개로 세워지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벽. 참가자 모두가 국제도서전 기간 동안 자신의 그림을 붙여두는 것. 큰 천막부터 모형물까지 재량껏 민폐 없이 끼어들면 된다. 나도 해묵은 인쇄물을 꽁기꽁기 붙여갔다. 작년 3월에. 로마와 볼로냐와 파리를 돌며 평생 찍을 사진을 다 찍은 것 같은데 업데이트가 두려워 무려 1년이 지나버렸다. 지금도 알집 속에 갇혀있는데 내겐 그 존재감이 거의 백팔요괴처럼 느껴진다. 봉인해제시키면 나를 해칠 것 같아. 당시 일기장엔 탈진한 내가 헛웃음을 지으며 쌍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기억은 슬금슬금 미화되려고 하는데...

시술차트 2023.09.07

수상한 인터뷰이 모집

지나가며 만난 당신, 지나오며 듣는 음악에 관한 눅눅한 인터뷰_ 삶은 여행, 여행엔 노래. 당신의 음색과 몸짓이 빚어내는, 당신의 인생이 여과시킨 그 노래는. [ 왠지 끌리는 , 너의 노래 참여방법] 인터뷰를 원하시는 분께서는 1. 쓸데없이 버리는 시간에 대해 관대하셔야 합니다. 2. 스스로에게 의미가 짙은 노래 한 곡이 있어야 합니다. 3. wppmy@hanmail.net으로 본인 그대로의 모습이 잘 나타난 사진 3장을 본인의 설명과 함께 보내주셔야 합니다. 단, 인터뷰 대상자에 따라 첨부자료를 직접 보내지 않으셔도 됩니다.(세상에 없거나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 분 등) 인터뷰 후 초상화와 글을 먼저 보내드린 후 the magagzine si:m에 게재합니다. 인터뷰 확정자께는 연락을 드려 약속 ..

시술차트 2023.09.07

그 여자의 파업

http://cafe.naver.com/seoulwomen/2472 4회 여성문화축제 '그 여자의 파업破up'. 전지의 외치는 현수막과 함께 간 손바닥 노동이야기. 남성아파트에서 내리자마자 비는 쏟아지고. 문래공원까지는 폭우 속 쇳가루길. 신은 건 쪼리. 구름이 껴도 구름이 걷혀도 주구장창 빗줄기. 천막 밖으로 나올 때마다 농담처럼 내리던 비. 우천 시 행사는 취소됩니다,라는 문구 이날 완전히 이해. 철수 후에 전지 작업실에서 몸을 풀다가 술을 마시기로. 산낙지, 소주, 맥주 그리고 퐁퐁맛 삼각김밥. 기타를 치고 통기타교본 속 김완선의 77문 77답을 읽고 임지훈의 사랑의 썰물을 듣고 전지의 드로잉을 보고. 하루종일 내렸던 비. 눅눅했던 문래동. 비와 술과 노래 덕에 나누던 이야기.

시술차트 2023.09.07

그림으로 피어오를까?

제6회 와우북페스티벌 행사의 일환으로 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는 젊은 작가 29명의 재기넘치는 일러스트 작품을 전시합니다. _인더페이퍼에서 써주신 문구 와우북의 '책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올해 표어 아래 주제전 '그림으로 피어오르다'를 엽니다. 사실은 재기 넘치는 28인과 숫기 없는 작업자 1인. 사실은 완전히 열려있는 추상주제. 상단 우측의 우주선이 그림의 일부인데 통그림보다 이게 낫네요. 역시 그림은 지워가는 작업이란 걸 또 한 번 깨닫고...

시술차트 2023.09.07

귀신뎐

19일에 오픈해 9월 9일까지 열어요. 일요일은 휴관입니다. 포토샵으로 제 사진은 지워뒀어요. 허허. 어차피 전시관에서 리플릿 보시면 나와있지만-_-;; 직장인 친구들에게 절대적으로 힘든 오전 9시-오후 6시가 관람시간이라, 토요일에 연락하면 나가 있을게요. 연락이 없어 왠지 주말에 집에 있을 듯한 예감. 달력에 먹과 중화제로 92점.(망친 것도 배경으로 사용해서) 종이테이프와 푸시 핀으로 부착. 사다리를 타고 3m 60cm의 천장까지 그림을 붙이는데 처음만 다리가 ㅎㄷㄷ하지 금방 적응하고는 잘도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ps. 0. 여성성을 공포로 형상화한 영화 몇 편도 기간 내 상영해요. 1. 안쪽 골방에서 자신만의 부적을 만들 수도 있어요. 2. 손바닥 노동이야기 참여하신 분들, 선정이 끝났습니다. 8..

시술차트 2023.09.07

이걸로 밥벌이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전시가 조금 연장되어 8월 14일까지 제 방을 저기 둡니다. 보시다시피 노트북이 저기 있어 사진과 글을 담은 소식 늦게 전해요. 전시 중 프로그램인 '손바닥 노동 이야기'에 참여하신 분들. 그리고 심심한 선물을 기다리고 계실 분들. 전시가 마감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야기를 모두 모은 후에 신속히 대응하겠습니다. 방을 보여준다는 건 참 멋쩍고 초라한 짓이라 주위사람들을 부르지 못했어요. 새 그림 말고도 지난('지난한'으로도 읽히네요) 그림들이 같이 있어 무안했고요. 그래서인지 불쑥 찾아오신, 선뜻 말 걸어주신 분들께 무척이나 고마움을 느낍니다. 호연지기 따위는 없지만, 저 기억력 은근히 깨알 같거든요. 잊지도 잃지도 않을게요. ps. 절박한 주제 안에서도, 전시장이 반짝반짝 생기 있는 건 아래 ..

시술차트 2023.09.07

주부학교

주부학교 2-3 종이 위에 목탄 교실에는 아주 어린 시절 끌려가곤 했던 기도원 냄새가 풍겼다. 첫 수업은 백일장이었다. 글감으로 '나의 인생, 식탁에서, 한강, 등산, 감'이 나왔다. 길고 낡고 좁다란 책상 위에서 모두들 골똘히 글을 지어나갔다. 팔짱을 끼고는 한 글자도 적지 않는 사람과 몇 번 눈이 마주쳤다. 색바랜 블라인드가 바람에 몇 번 서걱였다. 그 결에 옅은 지린내가 실려왔다. 각자의 책상 위로는 제주 삼다수, 소형 보온병, 생밤, 술떡, 위장개선음료 따위가 놓여있였다. 나는 팔을 괴고 그들의 난해한 옷감문양, 등산복의 재질, 속옷 와이어로 눌린 옆구리살, 가파른 통굽의 높이, 색소과다의 루즈빛깔, 푸르게 변색한 눈썹문신자국, 파마기로 거의 해지다시피한 머리카락, 금붙이류의 크고 굵은 악세사리들..

시술차트 2023.09.06

헬로, 키티

문학동네 풋_황인숙의 헬로, 키티 매호 고양이를 그려나간 지 1년이 넘었네. 이번 여름 호는 한참이나 오질 않고. 조용히 끝난 건가, 싶었는데 10여 개월이 지나서야 그림봉투 안에서 엽서 한 장을 발견했다. 편집자 분이 손글씨로 남겨주신 소식. 원고 연재가 끝나 시리즈를 마감한다고. 미안하고 고마웠고 다음에 다시 인연이 닿길 바란다는 다정한 말. 뒤늦게 헬로, 키티들에게 나도 인사를 건네본다. 안녕, 고양이님들. 만나서 반갑고 따사로웠어요. 일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후에 작업실에 길고양이들이 흘러들어와 이제는 같이 살고 있어요. 매순 매초의 몸짓과 표정이 이렇게나 기기묘묘한 동물이었다니, 후회가 들어요. 작업할 때는 사진과 찰나의 관찰과 생각만으로 그려나갔거든요. 지면으로는 안녕을 말했지만, 언젠가는 또..

시술차트 2023.09.06

마음이 그렇다

켄트지 위에 목탄. 목탄은 좋은데 목탄 가루는 번거롭고. 아직까진 픽사티브로 눌러주는 방법밖에. 성격장애에 관한 간단한 정보와 점검지문이 함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테스트 지문은 장근영의 너, 싸이코지? 에서 발췌 목탄 인간으로 드러내는 단백질 인간 몇 주째 그려가던 그림들을 모두 화판에 넣어 두었다. 기획이 바뀌고 엎어지고, 쓸 수 없는 그림이 한 점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일없이 장난처럼 인물을 그려 대기 시작했다. 텍스트도 청사진도 없이 무작정 나타난 얼굴들. 토르소처럼 머리와 사지가 없는 그림만을 가만히 만들었다. 그림에 맞는 글을 찾는 역순의 작업방식 때문에 도서관에 자주 들렸다. 간혹,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입을 억지로 벌리게 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째서 또 인간일까. 왜 인간의 표정으..

시술차트 2023.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