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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뎐

19일에 오픈해 9월 9일까지 열어요. 일요일은 휴관입니다. 포토샵으로 제 사진은 지워뒀어요. 허허. 어차피 전시관에서 리플릿 보시면 나와있지만-_-;; 직장인 친구들에게 절대적으로 힘든 오전 9시-오후 6시가 관람시간이라, 토요일에 연락하면 나가 있을게요. 연락이 없어 왠지 주말에 집에 있을 듯한 예감. 달력에 먹과 중화제로 92점.(망친 것도 배경으로 사용해서) 종이테이프와 푸시 핀으로 부착. 사다리를 타고 3m 60cm의 천장까지 그림을 붙이는데 처음만 다리가 ㅎㄷㄷ하지 금방 적응하고는 잘도 오르락내리락했습니다. ps. 0. 여성성을 공포로 형상화한 영화 몇 편도 기간 내 상영해요. 1. 안쪽 골방에서 자신만의 부적을 만들 수도 있어요. 2. 손바닥 노동이야기 참여하신 분들, 선정이 끝났습니다. 8..

시술차트 2023.09.07

이걸로 밥벌이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전시가 조금 연장되어 8월 14일까지 제 방을 저기 둡니다. 보시다시피 노트북이 저기 있어 사진과 글을 담은 소식 늦게 전해요. 전시 중 프로그램인 '손바닥 노동 이야기'에 참여하신 분들. 그리고 심심한 선물을 기다리고 계실 분들. 전시가 마감될 때까지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야기를 모두 모은 후에 신속히 대응하겠습니다. 방을 보여준다는 건 참 멋쩍고 초라한 짓이라 주위사람들을 부르지 못했어요. 새 그림 말고도 지난('지난한'으로도 읽히네요) 그림들이 같이 있어 무안했고요. 그래서인지 불쑥 찾아오신, 선뜻 말 걸어주신 분들께 무척이나 고마움을 느낍니다. 호연지기 따위는 없지만, 저 기억력 은근히 깨알 같거든요. 잊지도 잃지도 않을게요. ps. 절박한 주제 안에서도, 전시장이 반짝반짝 생기 있는 건 아래 ..

시술차트 2023.09.07

주부학교

주부학교 2-3 종이 위에 목탄 교실에는 아주 어린 시절 끌려가곤 했던 기도원 냄새가 풍겼다. 첫 수업은 백일장이었다. 글감으로 '나의 인생, 식탁에서, 한강, 등산, 감'이 나왔다. 길고 낡고 좁다란 책상 위에서 모두들 골똘히 글을 지어나갔다. 팔짱을 끼고는 한 글자도 적지 않는 사람과 몇 번 눈이 마주쳤다. 색바랜 블라인드가 바람에 몇 번 서걱였다. 그 결에 옅은 지린내가 실려왔다. 각자의 책상 위로는 제주 삼다수, 소형 보온병, 생밤, 술떡, 위장개선음료 따위가 놓여있였다. 나는 팔을 괴고 그들의 난해한 옷감문양, 등산복의 재질, 속옷 와이어로 눌린 옆구리살, 가파른 통굽의 높이, 색소과다의 루즈빛깔, 푸르게 변색한 눈썹문신자국, 파마기로 거의 해지다시피한 머리카락, 금붙이류의 크고 굵은 악세사리들..

시술차트 2023.09.06

헬로, 키티

문학동네 풋_황인숙의 헬로, 키티 매호 고양이를 그려나간 지 1년이 넘었네. 이번 여름 호는 한참이나 오질 않고. 조용히 끝난 건가, 싶었는데 10여 개월이 지나서야 그림봉투 안에서 엽서 한 장을 발견했다. 편집자 분이 손글씨로 남겨주신 소식. 원고 연재가 끝나 시리즈를 마감한다고. 미안하고 고마웠고 다음에 다시 인연이 닿길 바란다는 다정한 말. 뒤늦게 헬로, 키티들에게 나도 인사를 건네본다. 안녕, 고양이님들. 만나서 반갑고 따사로웠어요. 일이 끝나고 한참이 지난 후에 작업실에 길고양이들이 흘러들어와 이제는 같이 살고 있어요. 매순 매초의 몸짓과 표정이 이렇게나 기기묘묘한 동물이었다니, 후회가 들어요. 작업할 때는 사진과 찰나의 관찰과 생각만으로 그려나갔거든요. 지면으로는 안녕을 말했지만, 언젠가는 또..

시술차트 2023.09.06

마음이 그렇다

켄트지 위에 목탄. 목탄은 좋은데 목탄 가루는 번거롭고. 아직까진 픽사티브로 눌러주는 방법밖에. 성격장애에 관한 간단한 정보와 점검지문이 함께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테스트 지문은 장근영의 너, 싸이코지? 에서 발췌 목탄 인간으로 드러내는 단백질 인간 몇 주째 그려가던 그림들을 모두 화판에 넣어 두었다. 기획이 바뀌고 엎어지고, 쓸 수 없는 그림이 한 점도 남지 않게 되었을 때 일없이 장난처럼 인물을 그려 대기 시작했다. 텍스트도 청사진도 없이 무작정 나타난 얼굴들. 토르소처럼 머리와 사지가 없는 그림만을 가만히 만들었다. 그림에 맞는 글을 찾는 역순의 작업방식 때문에 도서관에 자주 들렸다. 간혹, 말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입을 억지로 벌리게 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째서 또 인간일까. 왜 인간의 표정으..

시술차트 2023.09.06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영화 제목 전시를 위해 그림일기 몇 장을 그려내고 있을 때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저자의 양해를 구할 것도,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것도 없어 참 좋겠네. 그런데 말이다. 10대와 20대 사이, 지난날의 본인 일기를 들추어 보고 그걸 다시 한번 옮겨 적는 일이 이렇게 부박하고 남루할지는 몰랐다. 실패한 날, 조금 더 실패한 날, 완전히 실패한 날이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고 있는 나의 일기장. 불운이 감수분열하는 하루하루. 우습고 조악한 나날의 표현에는 자연스럽게 콜라주가 따라오게 되었다. 그것이 감정의 파편을 돕기도, 감정의 무거움을 경량화시키기도 했다. 작업 자체가 자가진단을 통한 미술치료랄까, 거울기법이랄까. 그리고 싶은 풍경은 매번 납작하고 물기 없는 형태로만 드러나지만,..

시술차트 2023.09.06

그리면서 놀자

한 번도 못 본 아이가 이 책으로 놀 생각을 하면 기분이 기묘하네요. 약간의 의견차로 초반의 그림과 사뭇 다른 버전이 몇 됩니다. 그래도 우려보다 책이 선명하고 깔끔하게 인쇄됐어요. 언젠가부터 어렴풋이 글과 그림이 있는 책을 만들고는 싶었지만 놀이북 형식이 첫 타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사실 아직도 저의 아이덴티티와 이 결과물의 갭이 감당이 안 돼요. 객관적인 작업일지를 써보고자 했는데 일단은 이렇게 주절주절 얘기만 늘어놓습니다. 보고 싶으면 직접 전화하면 되지!라고 한 친구가 놀라운 조언도 해줬지만 너무 늦은 새벽이니 오늘은 이렇게. 오늘도 이렇게. ps. 극진하게 보조를 맞춰주었던, 미진한 작업을 유려하고 현명하게 빼내 준 빛에게 감사. 완강했던 거절 의사를 고도의 화술로 아작 내어 준 에디터..

시술차트 2023.09.06

상상의 휘모리

주말 밤 을지로에 들러 영화와 공연을 봤어요. 아이디카드를 가방 안에 넣어 뒀다가 막상 집에 와서는 이렇게 굳이 사진을 찍고 다소곳이 올려도 봅니다. 서울독립영화제: http://www.siff.or.kr/ 그간 그려내던 어정쩡한 아이들이 자꾸 눈에 밟혔어요. 디자이너를 잘 만나 고운 때깔로 피어났지만 근본은 모두 어두침침한 자식들이었거든요. 야간 작업실 희미한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모나미 유성 매직으로 태어나던 녀석들. 부디 잘 지내거라. 언니는 울지 않을 테야. 저는 이제 다시 쉬게 되었어요. 겨울은 깊어가는데 잔고는 얇아져가고 작업실 입주비 이 달 치까지 냈는데 관리자분이 잘못 아시고 달라하셔서 순간 피가 차갑게 식기도 하고. 하하. 그래도 이번 겨울은 또 무심히 지나가주겠죠. 그 무심함이 순간순간..

시술차트 2023.09.06

인디파르페

위_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패러디. 연필과 샤프펜슬과 자연목탄으로 드로잉. 지금 보니 왼쪽 눈은 완선이 언니의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눈동자. 아래_ 물감으로 펜으로 며칠씩 그려나가다 결국 낙서했던 걸로 나왔;; 한 장면에 로맨스, 호러, 액션을 넣어야 한다고 해서 몹시 곤혹. 앞으로는 경직되지 않고 즐겁게 후리하게 그려보아야겠습니다.

시술차트 2023.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