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품과 별개로 세워지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벽. 참가자 모두가 국제도서전 기간 동안 자신의 그림을 붙여두는 것. 큰 천막부터 모형물까지 재량껏 민폐 없이 끼어들면 된다. 나도 해묵은 인쇄물을 꽁기꽁기 붙여갔다. 작년 3월에. 로마와 볼로냐와 파리를 돌며 평생 찍을 사진을 다 찍은 것 같은데 업데이트가 두려워 무려 1년이 지나버렸다. 지금도 알집 속에 갇혀있는데 내겐 그 존재감이 거의 백팔요괴처럼 느껴진다. 봉인해제시키면 나를 해칠 것 같아. 당시 일기장엔 탈진한 내가 헛웃음을 지으며 쌍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기억은 슬금슬금 미화되려고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