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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2016년 여름호

본격문학과 장르문학 그리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열두 명의 젊은 작가가 선보이는 소설적 난장(亂場). 강지영ㆍ김범ㆍ김하서ㆍdcdcㆍ문지혁ㆍ박문영ㆍ배상민ㆍ유현산ㆍ이갑수ㆍ이재찬ㆍ정세랑ㆍ최민우 단편소설. 『자음과모음』 여름호에서는 단연코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의 만화경이 펼쳐진다. 이번 호에는 본격문학과 장르문학 그리고 그 경계를 넘나드는 열두 명의 젊은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국 문학의 장르적 협소함과 편협함, 획일성은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지적되어 왔지만 실제로 그것을 작품으로 돌파하는 장르적 실험이나 접합의 기회는 거의 없었다. 여름호에 선보이는 열두 명의 젊은 작가들의 소설적 난장을 통해 한국 문학의 지형 변화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_출판사 서평 중 자음과 모음 이번 여름호..

시술차트 2023.09.08

필론의 돼지

이문열의 단편 필론의 돼지를 만화로 옮겼습니다. 지금의 행보는 막막하지만, 그간의 작업물만큼은 놀라운 작가인데 특히 이 단편은 힘이 넘쳐서 시간이 지나도 움직이고 열을 내고 소리를 질러요. 소설을 만화로 옮기며 그의 패기와 야망이 날뛰는 걸 느꼈습니다. (팔씨름하면 필패...) 14페이지 분량인데 일부를 소개하자면 (저도 여기 오래 안 와서 비번을 자꾸 까먹...) 그래도 소개해보자면 최종판은 배경이 검은색이고, 작업 전체는 이 잡지에서 보실 수 있어요. 한 호에 한 인물을 소개하는 격월간지,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4호 이문열 편입니다. 저는 3호부터 봤는데 초고퀄이라 깜짝 놀랐어요. (제 파트 빼고) 위용과 아우라가 넘치는 책입니다.

시술차트 2023.09.08

사마귀의 나라

국가는 파산하고 국제기구는 힘을 잃었다. 땅은 나뉘었고 돈 될 만한 것들은 모두 팔려 나갔다. 지켜줄 이 없는 섬은 살아남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다 팔았다. 그렇게 섬은 초국적기업의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이 되었다. “섬사람들은 언젠가부터 각자의 질병을 이름 대신 불렀다." 방사능 폐기물에 대한 대가로 섬은 구호물자를 받아들였다. 통조림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사이, 섬은 빠르게 죽어 갔다. 예정보다도 더 빠르고 거칠게. “새로운 세대 중 스스로 서 있을 수 있는 생명이란 없었다." 절망 속에서 멸망해 가는 섬에서 '사마귀'와 '반점'은 서로를 발견한다. 그들이 그리는 세계는 연약하고 금방 부스러질 것만 같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고 의미를 찾는다. “세상에 끝이 온다 해도 좋아. 너와 나는 헤어지지 않을 거..

시술차트 2023.09.08

식목일에 나온 책

그들의 고뇌와 사랑을 현재에 대입할 수 있을까? 윤동주, 김동인, 김영랑, 박태원, 손창섭의 청춘들이 재탄생하다 1930~1950년대 해방 전후 시대 문학 속 인물들은 새로운 삶에 대한 전망을 결여한 채 어둡고 침통한 현실의 밑바닥에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그런 현실 속에서도 배어나는 푸른 봄날(靑春)의 기운과도 같은 파릇한 생기와 인간애의 모습을 포착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의 모습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젊음이라는 응축된 그들만의 에너지 때문일까, 해방 전후 시대에서나 현재의 수많은 정보 시대 속에서나 젊은이들은 쉽게 좌절하고 상처받는다. 그런 모습들은 안타깝지만 어쩐지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인간의 모습인 것 같다. 그렇게 인간의 ..

시술차트 2023.09.08

순회전 여학생들

여관, 지하철에 이어 회관에서 하는 세 번째 개인전. 쌈지와 볼로냐에 데려갔던 주부학교 학생들을 재소환해 순회전으로 갑니다. 예전에 기획한 손바닥 노동이야기는 내 손바닥 이야기로 확장해 참여프로그램으로 가요. 이건 뭐 사골도 아니고 우려먹기 대잔치!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는 한국 중년 여성들의 모습. 그 속의 재생성과 활력 그리고 엄청난 현실감각. 저는 그 복잡한 운동성이 슬프고 재밌어요.

시술차트 2023.09.08

후기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났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부엌을 돌며 감자와 팥과 오리를 삶았다. 나는 집에서 나갈 줄을 몰랐다. 뒤늦게, 짧게 자른 머리카락이 폭서의 큰 요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거울을 보니 뒷목과 이마를 검은 머리가 수북이 덮고 있었다. 더위가 끝물에 이르러서야 도서관이 피난처의 꽃이자 성지임을 깨달았다. 냉각기 옆에서는 힌두교 경전을 읽어도 부아가 나지 않았다. 해를 넘겨 고치고 있는 만화 앞에서도 평정심을 지켰다. 뭐든지 아주 늦게 깨우치고 만다. 반면 실수는 늘 근면하고 대범하게 저지른다. 내 몸은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모조리 거쳐봐야만 직성이 풀리나 보다. 앞으로의 소설 또한 수많은 갯벌과 도랑에 처박힐 것이다. 동생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던 여름밤, 남의 집 주차장 셔터..

시술차트 2023.09.08

한국만화박물관 탐방기

불볕 여름날의 청탁 원고. 편집된 잡지버전 대신 취재원본을 올려봅니다. 인쇄물에 새겨진 자장면이란 단어가 마음 아파서. 허허. 칸 밖으로 나와 말을 거는 친구들이 있는 곳_한국 만화 박물관 만화, 아름다운 생명체_ 요 근래 일기예보는 꽤 정확한 편으로 탐방 당일, 불볕더위 소식 역시 거짓이 아니었다. 폭염 속에서 기상청의 진심 어린 조언대로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에 덕지덕지 문댄다. 불길한 흑백만화의 불우한 조연처럼 보이는 사람이 거울에 서 있다. 밀반죽 같은 낯으로 버스에 올라 새삼 만화를 생각하자니 어쩐지 기묘한 심정. ‘만화나 그려라, 만화 같은 상상하고 있네, 너 만화 그만 안 봐?!’ 실제로 만화 나부랭이나 그리고 앉아 있는 나에게 이런저런 마음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깟 편견 정도야 이제는 김장철..

시술차트 2023.0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