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martstore.naver.com/o-hye/products/2919476661 전지를 처음 만난 건 여성사전시관의 기획전 에 참여하면서부터였다. 작업을 설치하는 동안 무섭게 친해지다 정신을 차려보니 동틀 녘 전시장 셔터 앞 계단에 함께 앉아 있었다. 호러 스릴러로도 서바이벌 성장물로도 저예산 로드무비로도 손색이 없는 전시제목의 자기장에 우리는 매번 갇혀 있었고 실제로 어느 여름엔 같이 인형 탈을 쓰고 종로 한복판을 하염없이 걸으며 밥벌이를 하기도 했다. 문래의 작업실을 나눠 쓰던 어느 겨울엔 오래된 배추 쪼가리와 바닥난 쯔유로 샤브샤브를 만들어 먹었다. 돈을 벌어 온 사람이 유재하의 노래를 틀고 배낭 속의 술을 꺼내 흔들면 작업대에 앉아있던 사람이 구원받은 표정을 지었다. 전지는 합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