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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도시

안녕. 여름 같은 봄이에요. 어떻게 지내나요. 두 번째 개인전을 열어요. 여관에 이어 지하철에 그림을 둡니다. 충무로역 지나칠 일 있으면 잠깐 얼굴 봐요. 전시관은 역사 내에 있어요. 오가는 어르신들이 박접골, 이라는 이름을 낯설고 불편하게 여겨 전시를 아예 안 볼까 봐(허허) 이번엔 본명으로 띄워요. 친구 아버님이 "웃기려고 이름 그렇게 지었나? 요새 사람들은 그런가 보네" 하셨을 때 푹 웃었지만, 이름 때문에 진입부터 묘한 벽이 생기는 것 같아 아쉬웠거든요. 앞으로도 장소성에 맞게 접골과 본명을 오가려해요. 더 친근한 이름은 접골이지만. 약 50점 정도의 그림을 붙였어요. 흔히 폼보드라 부르는 폴리에스테르판이 주재료였고 처음으로 크게 그렸어요. 처음으로 인물들이 덜 나와요. 크고 판판한 곳에 서서 그..

시술차트 2023.09.07

묘책

두 권의 만화책을 내놓기 위해 겨우내 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 묘책은 제일 먼저 원고를 마감했다는 벌로 표지를 맡았습니다. 저의 14p 단편은 아래 축소판으로 모두 늘어놓을게요. 작업자 아홉 명의 만화 열 편이 담겨있고요. 가격은 팔천 원입니다. 한국만화계의 기린아들을 후원해 주실 분들은 살짝쿵 반응해 주세요. 1588 마나마나 1588 가능한 직접 배송해 드리려고 합니다.

시술차트 2023.09.07

24h 만화책

구질구질한 후기_ 만화가를 배우자로 둔 동료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미지로는 뭐든 하려고 해. 단, 만화는 빼고. 절대로! 빼고. 그때 저는 만면에 염화미소를 띠운 채 왜?라고 해맑게 물었던가요. 현장에서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당일까지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고 도착했지요. 하지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작업의 시작과 동시에 저는 지옥행 급행열차에 올라선 듯했습니다. 자정이 돼서야 글을 매듭짓고, 거기 붙일 그림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새삼 절망. 칸을 분할하고 장면을 연출하고 대사를 배치하는 만화적 작업을 저는 엄두도 내지 못했지요. 만화가 신성한 노가다,라는 생각을 24시간 동안 십이지장으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쾌적하게 감상했던 만화의 저자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현재 작업의 상태는 ..

시술차트 2023.09.07

일곱 번째 방

여관에 조촐히 작은 개인전을 열었어요. 지나는 길 창문이라 24시간 볼 수 있습니다. 적적한 밤 편의점에 튀김우동 사러 가는 기분으로 들러봐요. 이불속에 제가 있으니 혼자가 아닐 거예요. 정차식의 노래를 들으며 걸어와도 좋아요.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나온 후 몸을 반대로 틀어야 해요. 아래 약도 붙일게요. 일곱 번째 방 박접골/ Bonesetter Park/ 朴接骨/ 설치와 회화 2011_0917▶2011_1007 통의동보안여관 창문전시(Window Gallery) 돋보기, 알약, 동전에 아크릴채색 1. 나는 내가 지구 우에 살며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지구가 질풍신뢰의 속력으로 광대무변의 공간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참 허망하였다. 나는 이렇게 부즈런한 지구 우에서 현기증도 날 것 같고 해..

시술차트 2023.09.07

24시간 24페이지 지옥행 급행열차

24시간 동안 거울 한 번 못 확인하고(친구 말로는 거지꼴) 뒷목이 각목이 될 때까지 만화(비슷한 것)를 그렸다. 현장 분위기를 즐겨보고 싶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갔다가 시작과 동시에 독서실 공기가 퍼져 나와 아앗! 이것 참 낭패!! 글을 마무리하는 데만 반나절을 쓴 것 같다. 해가 저물고 폐는 재떨이가 되어가고. 어머나. 이제 연출과 그림이 남았네?! 뭘 그리는 지도 모르고 그려내는 내 모습에 혼자 실소가 나왔다. 알게 모르게 성과주의에 찌들어 있었는지 말도 안 되는 그림 24 페이지를 기어이 채웠지만 링을 하얗게 불태운 죠의 기분은 들지가 않았다. 굉장히 열심히 실패하는 심정만이 충만했다. 다음 만화에는 지금의 저열과 천박을 넘어서야겠다. 이보다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4g은 나아지겠지. 하여 박접..

시술차트 2023.09.07

힘든 춤

기름종이에 연필로 10컷. 2011년 여성사전시관 소장유물전'직업부인 블루스'+상설전 영사기를 통해 몇 초씩 그림이 나옵니다. 원화는 다른 벽에. 사인을 남겨야 한대서 그건 좀 아니라고 흐물흐물 버티다가 점박이 강아지 밑에 작게 이름을 남겨놓았습니다. 1. 애조를 띤 악곡, 느린 곡조에 맞추어 추는 춤, 블루스. 2. 아침 5시 반에 일어나면 오후 7시 반이 되어야 기숙사로 돌아오게 된답니다. 그중에 점심시간 30분을 제한 나머지 시간은 전부 이 공장을 살찌게 하기 위하여 우리들의 피와 땀을 짜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곳에는 보통학교도 졸업 못한 사람이 제일 많으며 둘째로 이혼당하여 온 사람이 제일 많답니다. 들어온 지 몇 달만 지나면 혹이 나거나 손이 부풀거나 곪는 사람, 각기 병으로 고통받는..

시술차트 2023.09.07

사층 사람들

작업실에 머문 지 4년 정도 되었나. 지나고 보니 마치 집착스럽게 맞춘 것처럼 4층 사람들 4명이, 4주 동안 충무로 역에서 전시를 마치고, 4월 4일에 철수. 일주일에 일곱 번을 만나 차를 마시고 배드민턴을 친 우리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사소한 불운과 남루가 무럭무럭 자라났지만 주유소의 10대들처럼 웃던 시간. 낡고 후줄근하고 따스한 백양 메리야스의 나날. 어느덧 여기엔 넷 중 둘만 남았고 그 둘도 조만간 이곳을 떠난다. (작년 크리스마스 부근에 간다고 했던 이사가 무려 4월 13일로 연기;; 겨울부터 체육관짐을 정리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는데 자꾸 횡단보도나 인근 편의점에서 마주치는 상황 발생 T-T) 이곳에서 즐겁고 괴롭게 그렸던 그림들을 추려내고. 새 이름을 붙여보고 공동으로 포스터를..

시술차트 2023.09.07

어제 온 택배

3부의 1장 '나를 찾아서' 파트를 맡아 작업했다. 그중 한 컷이 이렇게 표지로 나오고. 누구보다 출간을 기다렸을 디자이너님이 핸드폰으로 직찍을 보내줬을 때는 눙물진 엄마미소가... 늦여름 전시 때 의뢰를 받아 가을에 그림을 마감하고 겨울을 통과해 올해 봄에 나온 책. 아. 너는 거의 인간인가...-_- 책이 늦게 나오긴 했지만 이미지를 잡는 데 있어 어떠한 제약도 구속도 없는 환경이 정말 좋았다. 고증보다는 주제가 중심이 되는,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그림들을 원하고 있어 기뻤다. 원고를 읽고 덩어리를 빚어보고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가면서 이 과정 때문에, 이 몫과 역할 때문에 내가 필요하다는 것, 그로 인한 대가를 받는다는 평범한 사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시술차트 2023.09.07

픽션 아닌 픽션

워킹 맘마미아 전시에서 참여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워킹맘 지구대. 연수실에서 식은 피자를 씹으며 1박 2일간 야무진 기획을 마쳤는데! 여성가족부에서 전시 타이틀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전지, 창파, 어린이, 실장님과 나눴던 그 새털같은 시간들은 안녕. 허탈 끝, 고민 시작 모드로 문래동에 다시 모여 새로운 안을 좀 급히 만들었다. 그때의 서식 중 내가 맡은 소장 예시문 3부.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들은 입구와 통로 쪽에 서류들을 비치하고 골판지로 동사무서 대기자들을 만들고 먹물로 구청 화분의 난을 치고 나무간지작렬의 팻말도 붙였다. 8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에 사용된 무대미술 같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주민과 관람객이 친숙하게 다가와 가슴 속 억울하고 갑갑한 기운을 뿜었으면. 고소장 1. ..

시술차트 2023.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