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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24페이지 지옥행 급행열차

24시간 동안 거울 한 번 못 확인하고(친구 말로는 거지꼴) 뒷목이 각목이 될 때까지 만화(비슷한 것)를 그렸다. 현장 분위기를 즐겨보고 싶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갔다가 시작과 동시에 독서실 공기가 퍼져 나와 아앗! 이것 참 낭패!! 글을 마무리하는 데만 반나절을 쓴 것 같다. 해가 저물고 폐는 재떨이가 되어가고. 어머나. 이제 연출과 그림이 남았네?! 뭘 그리는 지도 모르고 그려내는 내 모습에 혼자 실소가 나왔다. 알게 모르게 성과주의에 찌들어 있었는지 말도 안 되는 그림 24 페이지를 기어이 채웠지만 링을 하얗게 불태운 죠의 기분은 들지가 않았다. 굉장히 열심히 실패하는 심정만이 충만했다. 다음 만화에는 지금의 저열과 천박을 넘어서야겠다. 이보다는 좋아질 수밖에 없다. 4g은 나아지겠지. 하여 박접..

시술차트 2023.09.07

힘든 춤

기름종이에 연필로 10컷. 2011년 여성사전시관 소장유물전'직업부인 블루스'+상설전 영사기를 통해 몇 초씩 그림이 나옵니다. 원화는 다른 벽에. 사인을 남겨야 한대서 그건 좀 아니라고 흐물흐물 버티다가 점박이 강아지 밑에 작게 이름을 남겨놓았습니다. 1. 애조를 띤 악곡, 느린 곡조에 맞추어 추는 춤, 블루스. 2. 아침 5시 반에 일어나면 오후 7시 반이 되어야 기숙사로 돌아오게 된답니다. 그중에 점심시간 30분을 제한 나머지 시간은 전부 이 공장을 살찌게 하기 위하여 우리들의 피와 땀을 짜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이곳에는 보통학교도 졸업 못한 사람이 제일 많으며 둘째로 이혼당하여 온 사람이 제일 많답니다. 들어온 지 몇 달만 지나면 혹이 나거나 손이 부풀거나 곪는 사람, 각기 병으로 고통받는..

시술차트 2023.09.07

사층 사람들

작업실에 머문 지 4년 정도 되었나. 지나고 보니 마치 집착스럽게 맞춘 것처럼 4층 사람들 4명이, 4주 동안 충무로 역에서 전시를 마치고, 4월 4일에 철수. 일주일에 일곱 번을 만나 차를 마시고 배드민턴을 친 우리들. 그림을 그릴 때마다 사소한 불운과 남루가 무럭무럭 자라났지만 주유소의 10대들처럼 웃던 시간. 낡고 후줄근하고 따스한 백양 메리야스의 나날. 어느덧 여기엔 넷 중 둘만 남았고 그 둘도 조만간 이곳을 떠난다. (작년 크리스마스 부근에 간다고 했던 이사가 무려 4월 13일로 연기;; 겨울부터 체육관짐을 정리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는데 자꾸 횡단보도나 인근 편의점에서 마주치는 상황 발생 T-T) 이곳에서 즐겁고 괴롭게 그렸던 그림들을 추려내고. 새 이름을 붙여보고 공동으로 포스터를..

시술차트 2023.09.07

어제 온 택배

3부의 1장 '나를 찾아서' 파트를 맡아 작업했다. 그중 한 컷이 이렇게 표지로 나오고. 누구보다 출간을 기다렸을 디자이너님이 핸드폰으로 직찍을 보내줬을 때는 눙물진 엄마미소가... 늦여름 전시 때 의뢰를 받아 가을에 그림을 마감하고 겨울을 통과해 올해 봄에 나온 책. 아. 너는 거의 인간인가...-_- 책이 늦게 나오긴 했지만 이미지를 잡는 데 있어 어떠한 제약도 구속도 없는 환경이 정말 좋았다. 고증보다는 주제가 중심이 되는,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그림들을 원하고 있어 기뻤다. 원고를 읽고 덩어리를 빚어보고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싶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떠오른 생각들을 적어가면서 이 과정 때문에, 이 몫과 역할 때문에 내가 필요하다는 것, 그로 인한 대가를 받는다는 평범한 사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시술차트 2023.09.07

픽션 아닌 픽션

워킹 맘마미아 전시에서 참여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워킹맘 지구대. 연수실에서 식은 피자를 씹으며 1박 2일간 야무진 기획을 마쳤는데! 여성가족부에서 전시 타이틀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전지, 창파, 어린이, 실장님과 나눴던 그 새털같은 시간들은 안녕. 허탈 끝, 고민 시작 모드로 문래동에 다시 모여 새로운 안을 좀 급히 만들었다. 그때의 서식 중 내가 맡은 소장 예시문 3부.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들은 입구와 통로 쪽에 서류들을 비치하고 골판지로 동사무서 대기자들을 만들고 먹물로 구청 화분의 난을 치고 나무간지작렬의 팻말도 붙였다. 80년대 코미디 프로그램에 사용된 무대미술 같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주민과 관람객이 친숙하게 다가와 가슴 속 억울하고 갑갑한 기운을 뿜었으면. 고소장 1. ..

시술차트 2023.09.07

작년 볼로냐

책 출품과 별개로 세워지는 일러스트레이터의 벽. 참가자 모두가 국제도서전 기간 동안 자신의 그림을 붙여두는 것. 큰 천막부터 모형물까지 재량껏 민폐 없이 끼어들면 된다. 나도 해묵은 인쇄물을 꽁기꽁기 붙여갔다. 작년 3월에. 로마와 볼로냐와 파리를 돌며 평생 찍을 사진을 다 찍은 것 같은데 업데이트가 두려워 무려 1년이 지나버렸다. 지금도 알집 속에 갇혀있는데 내겐 그 존재감이 거의 백팔요괴처럼 느껴진다. 봉인해제시키면 나를 해칠 것 같아. 당시 일기장엔 탈진한 내가 헛웃음을 지으며 쌍욕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기억은 슬금슬금 미화되려고 하는데...

시술차트 2023.09.07

수상한 인터뷰이 모집

지나가며 만난 당신, 지나오며 듣는 음악에 관한 눅눅한 인터뷰_ 삶은 여행, 여행엔 노래. 당신의 음색과 몸짓이 빚어내는, 당신의 인생이 여과시킨 그 노래는. [ 왠지 끌리는 , 너의 노래 참여방법] 인터뷰를 원하시는 분께서는 1. 쓸데없이 버리는 시간에 대해 관대하셔야 합니다. 2. 스스로에게 의미가 짙은 노래 한 곡이 있어야 합니다. 3. wppmy@hanmail.net으로 본인 그대로의 모습이 잘 나타난 사진 3장을 본인의 설명과 함께 보내주셔야 합니다. 단, 인터뷰 대상자에 따라 첨부자료를 직접 보내지 않으셔도 됩니다.(세상에 없거나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 분 등) 인터뷰 후 초상화와 글을 먼저 보내드린 후 the magagzine si:m에 게재합니다. 인터뷰 확정자께는 연락을 드려 약속 ..

시술차트 2023.09.07

그 여자의 파업

http://cafe.naver.com/seoulwomen/2472 4회 여성문화축제 '그 여자의 파업破up'. 전지의 외치는 현수막과 함께 간 손바닥 노동이야기. 남성아파트에서 내리자마자 비는 쏟아지고. 문래공원까지는 폭우 속 쇳가루길. 신은 건 쪼리. 구름이 껴도 구름이 걷혀도 주구장창 빗줄기. 천막 밖으로 나올 때마다 농담처럼 내리던 비. 우천 시 행사는 취소됩니다,라는 문구 이날 완전히 이해. 철수 후에 전지 작업실에서 몸을 풀다가 술을 마시기로. 산낙지, 소주, 맥주 그리고 퐁퐁맛 삼각김밥. 기타를 치고 통기타교본 속 김완선의 77문 77답을 읽고 임지훈의 사랑의 썰물을 듣고 전지의 드로잉을 보고. 하루종일 내렸던 비. 눅눅했던 문래동. 비와 술과 노래 덕에 나누던 이야기.

시술차트 2023.09.07

그림으로 피어오를까?

제6회 와우북페스티벌 행사의 일환으로 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는 젊은 작가 29명의 재기넘치는 일러스트 작품을 전시합니다. _인더페이퍼에서 써주신 문구 와우북의 '책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올해 표어 아래 주제전 '그림으로 피어오르다'를 엽니다. 사실은 재기 넘치는 28인과 숫기 없는 작업자 1인. 사실은 완전히 열려있는 추상주제. 상단 우측의 우주선이 그림의 일부인데 통그림보다 이게 낫네요. 역시 그림은 지워가는 작업이란 걸 또 한 번 깨닫고...

시술차트 2023.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