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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프

한 달 만에 올리는 소식이네요. 이번 책 3n의 세계는 비공식적으로만 조용히 알렸는데 그건 이 작업을 혈육 포함 최측근 지인들이 모르길 원해서였어요. (친인척분들은 여기서 본 내용을 말하지 말고 잊어주시길) 엄마에게 전화가 왔고 몇 시간 통화를 나눈 뒤 게시글을 씁니다. 출간을 영영 비밀로 하려던 게 얼마나 허술한 미봉책이었는지 생각해요. 엄마는 불쑥 제 이름을 검색해 보고 '얘는 왜 책이 나왔는데 말도 안 해, 참나' 하곤 신간을 구입해 끝까지 읽어봤다고 해요. 엄마뿐 아니라 아빠와 동생도. 누가 말을 깨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긴 침묵이 지나고. 엄마의 첫마디는 아무것도 몰라서, 어른들이 멍청이라서 미안하다는 말이었어요. 그 새끼는 누구냐, 그 자식은 어떤 놈이냐, 마구 따져 물었다가 제가 2.7kg으로..

접골원일지 2023.09.10

알 수 없는 영역

중편소설 사마귀의 나라가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대상을 받았어요. 당연히 다른 분들이 받을 줄 알고(듀나, 김보영, 김창규, 김용준 님이 후보군ㄷㄷㄷ) 진심으로 혈액순환에 좋은 손뼉 치러 나갔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읽어주신, 읽어주실 분들 모두에게 깊이깊이 감사드려요. 결단코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한 적이 없지만, 기본기가 1기가만 돼도 좋을 것 같지만, 충전해서 또 다음 작업으로 만나 뵐게요.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헤헹.

접골원일지 2023.09.10

대다나다!

조그만 단편소설 공모전에 원고를 내봤는데 뽑혔다. 수상자는 10명이고 책은 9월 초에 나온다. 제목은 파경-_-;; 여러 이유로 직계가족이 절대로 읽으면 안 되는 소설이라 당선되고 아무에게도 말 못 함. 유캔펀딩을 통해 후원금을 마련한 프로젝트로 작업자 한 명당 받는 상금은 얼마 안 되지만 책출간, 기념품, 시상식 등의 부대행사까지 치를 수는 있게 되었나 보다. 일종의 프러스 마이너스 제로 잔치인데 나는 이 방식이 나쁘지 않은 게 가난이 오랜 친구 같아서인가... 결론은 기분 짱짱맨!

접골원일지 2023.09.10

저녁이 없는 삶

0. 회의 중에 누군가의 전화벨이 울렸다. 소리가 컸고 잠잠해질 기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저 입을 다물고 하던 얘기를 억지로 이어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 소리가 신경 쓰여 도무지 안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누구지. 참 무안하겠다. 근데 왜 안 받지. ... 참나. 왜 아직도 받질 않지. 도대체 뭐지. 뭐긴 뭐야. 오늘 내 알람 소리-_- 눈도 못 뜬 상태에서 급히 알람을 지우며 혼자 멋쩍었다. 요새 계속 이런 식으로 깬다. 재정상태가 급격히 열악해져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저녁의 생선요릿집에서. 비 오는 날에는 왜 창의적이지 못하게 다들 얼큰한 국물만을 떠올리는 것일까. 이번 태풍에도 사람들은 비바람을 무릅쓰고 자리에 가득가득. 1. 곧 마쳐야 하는 이번 만화의 한 꼭지. 그림보다 글자 붙이는 게 ..

접골원일지 2023.09.10

당신에게 투표하세요

어제는 투표를 하지 못하는 꿈을 꿨다. 봉고차에 실려 어딘가로 계속 달려갔고 투표소와는 자꾸 멀어지고 해가 저물어갔다. 중간에 네바다 같은 모래부지에 내려졌을 때 나처럼 투표를 못해 불안해하는 여자와 2만 원을 모아 택시를 잡아탔다. 꿈에서 깨고 구체는 모두 흩어지고 일어나 계란찜을 만들어 먹으면서 아침은 점점 선명해졌지만 황망했던 감정만은 아직도 부서지지 않고 잘 남아있다. 얼굴이 흰 그 여자의 조급도. 11일에는 해가 지기 전에 도장을 찍고 나와야지. 결정은 이미 해뒀다. http://www.youtube.com/watch?v=rMQ-frSHeNU&feature=player_embedded

접골원일지 2023.09.10

2월 1일

1. 예술은 노동의 날들을 침해하지 않는 쓸모없는 단 하루의 창조로 남는 것이 아니라, 6일이자 7일이며 31일이고 365일인 모든 날들에 쓸모 있는 눈앞의 물건들을 지우며 그들이 부단히 다른 존재들로 바뀌는 사랑의 활동을 함께 살고 겪는 것이다. 그 활동을 위해 필요한 것은 예술의 적요한 고독이 아니라 추락하는 '너의 손바닥'들이다._진은영, 심보선 발문 중 2. 새벽 세 시 반에 깡깡 얼어붙은 작업실 변기를 깨며 생일을 맞았다. 3. 나는 아주 어릴 적에 내가 가졌던 공포와 낯섦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다. 내가 박약아가 되는 데에 서른 해가 걸렸구나. 자신을 충분히 입증하는 데에. _이수명, , 서른 중 ps. http://vimeo.com/17971843

접골원일지 2023.09.10

늦가을 여기

쪽문으로 놀러 오는 동네 고양이 중 제일 시니컬하고 조숙한 변발이. 요새 사춘기인지 형제들이 나뒹굴고 놀 때 무시하고 주위를 빙 돌아 혼자 걸어간다. 어미 장고. 너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오밀조밀. 있을 건 다 있다는 화개장터 작업장. 두 시간 걸린 손글씨. 조심조심 쓰다 보니 막상 표어가 무색. 어여쁜 우리 동네. 이날 다른 곳 벼룩시장에서 배추전을 파느라(한 장에 천 원, 백장 부치고 3일 기절) 참석하지 못했다. 아. 여기서 꼭 '떡뽑기'를 뽑고 싶었는데. 다음엔 가야지. 싸고 좋은 알짜배기 시장. 추워지기 전에 놀러 와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이미 추워졌으니 아무 때나 와요. 커피 내려줄게. 파스타 해줄게.

접골원일지 202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