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도에 새 작업실을 구했다. 올해 여름은 말벌, 쥐며느리, 공벌레 수천 마리와 함께 난다. 며칠간 장판을 걷고 벽지를 뜯어내고 금이 간 곳곳을 시멘트로 메꾸고 물청소를 했다. 앞으로는 중고매장을 돌며 책상과 의자와 소파를 구하고 페인트를 칠해야 한다. 집에 관해 아무 관심도 없는, 아파트로 옮겨 산지 15년이 넘은 집주인은 세입자가 알아서 재량껏 지내길 바라고 있다. 개척정신 돋는다. 정을 들이기 시작하자 무섭도록 능숙하게 허들을 넘고 있다.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 이러다 콜럼버스 되겠네. 2. 마라톤 참가 이후로 만화동호회와 독서모임에 가입했다. 알량하기 짝이 없는 단 하루의 개인 운동회였을 뿐인데 이 경험이 나의 의욕과잉분비선을 잘못 건드린 것 같다. 3. 모아둔 적금 안에서 대출을 받..